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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IT 기기를 필두로 ‘초소형’ 바람이 불었다. ‘작게 더 작게’를 외치는 이들의 눈에 띄는 것이 또 있었으니,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초미니 세상 ‘돌하우스’가 그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동화 속 아름다운 집을 꿈꾼다. 산새 소리와 물소리, 시원한 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숲 속의 아름다운 집. 그 안에 또 다른 세상이 담겨있다. 엄지손톱 보다 작은 컵이며 그릇, 빵, 가구들까지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나만의 하우스! 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초미니 하우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동화 속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꿈의 공장 ‘돌하우스 월드(www.dollhouse.or.kr)’를 찾았다.
공방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인터넷을 통해 신기하게만 바라보던 미니어처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돌하우스 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효정 대표와 김정미 작가가 반갑게 맞이해 줬다.
- 와~ 인터넷에서 보던 것들이 여기 다 있었네요.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돌하우스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정미 : 돌하우스는 말 그대로 인형의 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꼭 인형이 사는 곳은 아니구요. 미니어처가 들어가 있는 집과 공간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가장 맞을 것 같아요.
- 돌하우스가 국내에 소개된지는 얼마나 됐나요?
김정미 : 국내에 많이 알려진지는 거의 4년 정도 됐어요. 외국에는 16세기부터 생긴 걸로 알고 있어요.
- 국내에서 돌하우스의 위치는 어느 정도 일까요?
김정미 : 처음 제가 시작 했을 때만 해도 재료나 관련 정보가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여러 지역에 공방도 많이 생기고 인터넷이 있다보니까 정보 공유나 그런 것도 많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미흡하죠.
- 돌하우스는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김정미 : 대학교 때 우연히 배낭여행 중에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어요. 그걸 본 게 유럽이 아니라 일본에서였는데, 일본의 돌하우스가 우리나라하고 맥이 통하는 것 같아요. 보통 외국에는 궁이나 집 위주로 인기를 끌거든요. 그런데 일본 돌하우스는 일본이 워낙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니까, 집 위주 보다는 바닷가 씬 같이 스토리가 담겨져 있는 그런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런 걸 접하고 나서는 그게 너무너무 하고 싶었어요. 전공도 미술이었고요. 그래서 졸업을 하고 이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96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본으로 유학을 갔어요.
- 일본에는 돌하우스를 배우는 전문학교가 있었나요?
김정미 : 일본도 전문학교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문화센터 같은 학원을 다녔어요. 마침 그때 일본에서도 돌하우스가 한창 유행이기도 했고요. 그때 국내에는 그런게 전혀 없었죠.
- 일본으로 가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일어는 원래 하실 줄 아셨어요?
김정미 : 전혀 모르는 상태였죠. 그때는 당장 필요하니까 배워지더라고요.(웃음) 전공이 미술이었던 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너무 하고 싶었던 거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죠. 그렇게 일본에서 3년 정도를 배우고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 이 정도면 됐다, 돌아가야 겠다 그런 생각이 드셨어요?
김정미 : 자신도 있었고 교만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을 일본에서 만나게 됐는데 결혼 생활은 한국에서 해야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었고요.
- 일본에서 그때 처음 만드신 작품이 뭐였나요?
김정미 : 아쉽게도 지금은 그 작품이 없어요. 그때 일본 전시회에서 콘테스트가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출전해 보겠다고 준비했었죠. 어렸을 때 제가 가장 좋아했던 TV 만화인 '플로네의 집'을 상상으로 재현했어요. 커다란 나무 위의 집은 동경의 대상이었죠. 첫 작품이라 애착도 많이 가고 가장 좋아하던 건데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한국에 갖고 오지는 못하고 사진만 찍고 해체했어요. 아르바이트랑 학교 다니면서 한달 정도 걸려서 만든 것 같아요.
- 플로네의 집 -
- 일본에서 돌아오셔서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김정미 : 개인 작업은 계속 꾸준히 했었고요. 백화점 문화센터 같은 곳에 무조건 문을 두드려 봤는데 선뜻 응해줬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강사 일을 하게 됐죠.
- 돌하우스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김정미 : 돌하우스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전혀 인지도가 없었으니까, 재료를 구하는게 가장 큰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어차피 다 만드는 일이 비슷하고, 돌하우스도 DIY에 속하기 때문에 재료가 거의 같더라고요. 문제는 나무나 천이나 종이 같은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는데 점토가 문제였어요. 점토가 국내에도 있기는 있는데 질이 좀 안 좋았어요. 돌하우스는 점토가 생명이거든요. 음식이나 그릇 만들때는 섬세한 점토가 필요한데, 그릇 만드는 점토나 유리를 만드는 점토가 다 따로 있고, 점토 종류가 정말 다양하거든요. 그런데 그런게 없어서 좀 고생을 했죠. 지금은 워낙 보편화 돼있으니까 큰 대형 문구점에 가도 있고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는 곳도 많고요.
- 그럼 그렇게 배워서 강사활동을 시작 하셨고, 돌하우스 월드 운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김정미 : '98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강사 활동과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2002년에 카페를 처음 만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올라오는 질문이 전부 어떻게 만드는 것이냐,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처음에 저희 집 작은 방에다가 공방을 차렸는데 그게 좁더라고요. 그래서 큰 방으로 옮겼어요. 그런데 나중엔 거기도 작고. 그래서 작업 공간을 하나 열자 생각하고 집이랑 가까운 이곳(수원)에 공방을 열게 됐어요.
- 먼 곳에서 오시는 분도 계세요?
김정미 : 네. 울산에서 오시는 분도 있고 부산에서 오시는 분도 있어요.
- 그렇게까지 먼 곳에서 찾아오시는 이유가 뭘까요?
김정미 : 서울에는 그래도 많이 생겼지만 아직은 지역 공방이 많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 먼 거리도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또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하니까 그거 보고 오시는 분도 계시고 그래요.
- 돌하우스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김정미 : 우선 만들고 싶은 테마를 정하구요. 자료를 찾고 그 자료를 보고 스케치하고 그에 맞는 재료들을 모아 만들어요.
- 보통 집 하나를 완성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김정미 : 어느 정도 규모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보통 그것만 매달려서 하면 집 외관만 만드는 데 한 3일 정도 걸려요. 소품이 사실 오래 걸리거든요. 또 그 안에 가구들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요. 열수 있게 만드느냐 아니냐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지죠. 보통 손이 닿는 곳에는 열릴 수 있고 작동할 수 있게 하거든요. 뭐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완성할 수도 있고요.
- 저 빵집은 인터넷에서도 많이 봤던거 같아요. 저런 건 얼마나 걸리나요?
김정미 : 저희 회원님 작품인데요. 저 정도 규모는 꼬박 앉아서 만들면 2~3일 정도요. 언뜻 보면 모르시겠지만 저 안에 빵이 꽤 많이 들어있어요. (웃음) 지금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겨서 이 빵은 이 재료로 하면 되겠다. 그런게 나오는데 예전에는 계속 작업해 보면서 연구하고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소요됐었죠. 지금은 사용되는 재료 같은 게 대충 결정이 돼있어서 작업 시간이 좀 단축된 것 같아요.
- 돌하우스를 만들때 제일 중요한게 무엇일까요?
김정미 :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목적! 목적이 가장 중요하고, 그 목적에 나의 감정을 실어서 어떻게 보는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요. 똑같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손 기술 좋은 사람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거든요.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고 작품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고 할까 스토리를 넣는게 중요한 작업 같아요. 아직까지 저에게도 그 부분이 부족한 것 같고요. 작품에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넣으려고 하는데, 그런 게 없으면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배우러 오는 분들에게도 이야기가 있는 돌하우스를 만드는 걸 강조하고 있어요.
- 신혼방 같은 것도 재미있는데요.
김정미 : 저건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결혼 선물을 펼쳐보며 선물 준 사람을 떠올리는 설정이예요. 방안에는 쇼핑백들이 있고, 새신랑은 취미가 기타라 기타도 방안에 놓여있어요. 연애하며 함께 본 타이타닉 포스터도 방안에 장식되어 있죠. 이런식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가 가는 거죠.
- 그럼 지금까지 만드셨던 작품 중에 제일 심혈을 기울이고 오래 걸린 것은 어떤 건가요?
김정미 : 저기 뒤에 보이는 동대문 작품이 아무래도 오래 걸렸어요. ‘2005 봄이 오는 동대문 거리 풍경’인데 기간 상으로 했을 때는 두달 반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직접한 시간으로 따지면 한달 정도 됐을까요? 수업 끝나고 밤이나 주말 시간을 주로 이용해서 했어요. 작년 일본 교토에서 유명 돌하우스 작가전이 있었는데, 그때 전시회가 일본 사람 위주였는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제가 초청을 받게 됐어요. 그 때 전시 작품 하나를 들고 오라고 했는데, 어떤 걸 할까 고민을 했었죠. 아무래도 일본인 누구나 한국임을 알 수 있는 지역을 하면 좋을 것 같았고, 동대문이 떠올랐어요. 거기서도 귀족적인 것보다 서민적인 것을 해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민적인 것 하면 시장이 떠오르잖아요. 시장에서도 더 서민적인 모습이 담겨있는 노상을 해보자 하고 컨셉을 잡았어요. 그래서 로또, 복권집, 포장마차, 리어커, 꽃집 등의 컨셉을 잡아서 직접 가서 자료 사진을 찍고 배경까지 만들었죠.
- 자료 사진 같은 것도 필요한가요?
김정미 : 아무래도 그대로 재현하는 거니까 상상만으로 하기는 힘들죠. 자료 사진을 보고 스케치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 그럼 반응이 가장 좋았던 작품은 어떤 건가요?
김정미 : 그것도 역시 동대문이예요. 처음 방송에서 찾아 온 것도 동대문 작품 보고 온 거니까요. 예쁘고 인형이 사는 그런 것들도 좋아하는데, 보통 방송에서나 사람들이 큰거 작은거 비교해 놓고 보는거 좋아하거든요? 큰라면, 작게 만든 라면 비교해 놓고 그런 사실적인 게 인기가 많아요. 동대문 역시 일상적인 거잖아요. 라면도 있고 떡볶이도 있고, 그래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유럽적인 것도 많이 만들기는 하는데 한국적인 게 확실히 인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 주로 어떤 분들이 배우러 오세요?
김정미 :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나는 전업 주부들이 많으시고 직장인 여성들도 많으세요. 또 아무래도 손재주가 있는 분, 만드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배우러 오시는 분 중에 테디베어 강사나 퀼트 강사분도 계세요.
- 남자도 계시나요?
김정미 : 네 청일점으로 꼭 한 분씩 계세요. 과정 끝까지 하는 분은 많지 않아요. 남자 분들은 다 직장인이고 틈내고 틈내서 오는 분이 많거든요. 또 솜씨가 좋은 분들이 많아서 금방 배우기도 하고요. 남자 분들도 프라모델이나 이런거 만드는 거 좋아하시는 분 많잖아요. 취미로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 돌하우스를 직업과 연관시킨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김정미 : 취미로 해서 자연스럽게 자기 직업과 연결되면 모를까 아직까지는 돌하우스 시장이 넓지 않기 때문에 가족을 다 부양하면서 업으로 삼고자한다면 좀 말리는 입장이고요. 가정주부들은 하기 좋은 일 같아요. 보통 강사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에는 학교에서도 많이 찾는 편이고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도 요청이 있고요. 본인이 공방을 차릴 수도 있고, 또 업체에서 주문 제작이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요.
- 주문 제작이라면 어떤건가요?
김정미 : 예를 들면, 숖 같은 매장 일부분을 돌하우스로 동일하게 제작해서 인테리어에 사용하시더라고요. 보는 분들은 똑같은 모습을 한 가게가 전시되어 있으니까 재미있어 하시거든요. 또 지금 의뢰가 들어와서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한데, 파티 용품 파는 업체인데 자사 제품인 풍선이나 고깔모자 등을 이용한 파티하는 모습의 설정을 요청하기도 해요. 예전에 김건모 뮤직비디오에 돌하우스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 때도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 때는 특별히 제작했던 것은 아니고 컨셉에 맞는 걸 대여해 줬었어요.
- 김건모 "하루,이틀,사흘,나흘' 뮤직비디오 中 -
- 주문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김정미 : 의뢰가 들어온다고 해서 다 하지는 못하고요. 아무래도 지금은 아카데미 성격이 더 강하니까, 의뢰 들어오는 것을 하다보면 시간을 너무 빼앗기기 때문에 할 수가 없거든요. 저희가 생각하는 돌하우스에 맞는 테마들을 선별해서 하고 있어요. 학생들 독립영화 같은 경우에는 무료로 대여해 주기도 하고요.
- 좋아하는 일을 하시는 거지만 취미가 직업이 되면 싫을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언제 그런 적 없으세요?
김정미 : 예전에는 정해진 기간이 없으니까 만들고 싶을 때 만들고 바쁘면 잠깐 미뤄두기도 하고 그랬는데.. 특히 방송 연락이 많이 오거든요. 처음에는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거의 응하지 못 했는데 나중에는 돌하우스를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하게 됐어요. 그런데 방송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연출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몇 작품은 하루에 뚝딱 만들라고 하기도 하고. 너무 힘들게 했었어요. 저기 보이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 재현도 방송국에서 요청해서 뚝딱 만들어 낸거예요.
- ‘MBC 화제집중’이나 ‘TV 특종 놀라운 세상’, ‘KBS 무한지대 큐' 같은 프로에도 소개 되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김정미 : 네. ‘초미니 세상 달인’ 뭐 그런 걸로 나왔었는데 그제도 방송국에 다녀왔었어요. 매번 할 때마다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방송 때문에 피자 배달 오신 분도 ‘TV 나왔던 곳 아니냐’며 알아보시기도 하고 그래요.(웃음)
- 어느 정도 배우면 집 하나를 만들 수 있을까요?
김정미 : 초급 과정을 3개월로 하고 있는데 개인차가 너무 많아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6개월에 전부 마스터하는 분이 계신가 하면 어떤 분은 4년 동안 배우는 분도 있었어요. 거의 한달에 한번 나오셔서요. (웃음) 초급 과정에서는 집 안에 꾸미는 소품들을 만들어요. 벽지는 어떻게 붙이고 꽃이나 풀은 어떻게 만드는지, 또 부엌이나 거실 등 한 테마씩 정해서 그 안에 들어갈 소품들을 다 만들어 보는 거죠. 그리고 고급 과정에서는 나무 재단이나 집 만드는 게 들어가고요. 포트폴리오 까지 내면 과정이 끝나는 거죠.
- 라면이나 사과박스나 정말 실물과 똑같은 제품 라벨 같은 건 어떻게 만들죠?
김정미 : 컴퓨터 작업을 잘 하시는 분은 아주 유리해요. 주로 제품 포장지 같은 건 스캔 받거나 캡처해서 일러스트로 작업한 걸 프린트해서 많이 써요. 요즘에는 인터넷에 워낙 이미지가 많이 올라와 있으니까, 제품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쉽게 구할 수 있지요. 예전에는 백화점 전단지를 많이 썼어요. 왜 '특별 할인가'해서 제품 이미지들 나와 있는 전단지 있잖아요. 그걸 축소 복사해서 쓰거나 오려서 많이 썼었죠. 요즘에는 젊은 분들이 컴퓨터를 워낙 잘하셔서 좋은 이미지들 주시기도 하고, 제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 지금 언니와 함께 운영하고 계시는데 장단점이 있다면요?
김정미 : 단점이 더 많은 거 아닌가?(웃음) 공방에서도 회원관리나 인터넷 관리 등 일이 정말 많거든요. 홈페이지 운영 등은 모두 언니가 하고 있고요. 언니니까 아무래도 고민도 많이 털어놓고 어시스트 역할을 정말 많이 해주고 있어요. 단점은 동생이라고 너무 구박해요. 선생님인데 옷 좀 이쁘게 입고 오라고요.(웃음)
- 한국 미니어처 작가 협회(KMAG) KOREA GUILD 회장으로 계세요.
김정미 : 작년에 출범했는데, 개인적으로 해서는 어려운 일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졸업생들이 힘을 합쳐서 뭔가 해보자 해서 협회를 만들게 됐어요. 사실 협회장 같은 것엔 욕심이 없는데 어쩌다보니 제가 하게 됐고요. 초기엔 10명 정도가 모여 출범을 했고 졸업한 분들이나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이 현재 정회원으로 등록돼 있어요.
- 돌하우스 관련 국내 자격증도 협회에서 나오나요?
김정미 : 그게 자격증이 원래 없었어요. 그냥 수료증만 줬었는데.. 처음에는 예술에 무슨 자격증이냐, 피카소가 자격증이 있어서 한 게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었는데. 그게 필요하더라고요. 문화센터에서도 자격증 같은걸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일정 과정을 다 마치면 간단한 시험을 봐서 협회에서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어요.
- 사람을 많이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김정미 : 에피소드는 너무 많은데 꼭 이렇게 질문을 받으면 아무 것도 생각이 안나요. 예전에 고급반에서 하우스 작품을 하셨던 분이 있는데, 그분 집이 대전이었어요. 그런데 몰랐죠. 그게 기차에 안 들어갈지.(웃음) 기차에 타려는데 만든 집이 너무커서 안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기차는 타야겠는데 들어가지는 않고, 뒤에서 밀고 수학하듯이 계산해서 이렇게 저렇게 힘들게 한참을 고생해서 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 하우스 크기를 좀더 줄였어요. 예전에는 1/12 사이즈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1/18로 더 줄였어요. 얼마든지 기차 타고 다니실 수 있게요.(웃음)
- 가르치던 분 중에 기억에 남는 분 계세요?
김정미 : 연세가 꽤 많으신 분이었는데 여행하면서 미니어처를 수집하던 분이었어요. 그런데 돌하우스 제작하는거 보시고는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건지 처음 아셨다고. 아시고 나서는 매일 같이 나오시고. 걱정거리도 많고 몸도 안 좋았는데 그거 집중해서 하니까 몸도 좋아졌다고 하시고. 노후에 지루할 수 있는데 활력이 되었다고, 만족스러워 하시는 거 보고 저희도 좋았죠. 외국 자료 보면 노후에 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 치매에 도움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래요. 계속 만들고 생각하고 하니까 그렇겠지요. 어린아이들도 관찰력이나 상상력, 표현력에도 좋다고 하고요. 취미생활로 참 좋은 것 같아요.
- 앞으로 준비하고 계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김정미 : 당장 발등에 큰 불이 떨어져 있어요. 10월에 코엑스 전시장에서 국제 공예 박람회에 출전이 예정돼 있어서 홍보랑 작품 만드는데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고, 11월에는 협회에서 주최하는 코리아 길드 페어(KOREA GUILD FAIR)를 준비중이예요. 돌하우스 매니아들도 많이 참관하시고 작품을 직접 만드신 분들은 판매도 할 수 있고요. 외국작가들도 많이 오고 콘테스트도 있어요. 작년에 1회 했고 올해 2회 째인데 지금 반응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일본 사람만 벌써 30명이 예약을 해놓으셨어요. 한국 분들도 많이 출전하고 교류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출전 작품 컨셉은 잡으셨나요?
김정미 : 이제 서서히 기획을 잡고 있어요. 아직 돌하우스가 실용적인 면이 없어요. 공예의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실용적인 돌하우스를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어, 선반 아래에는 열쇠를 꽂을 수 있는 곳이 있고 선반 위에는 돌하우스 작품이 있는 것 같은 거죠. 스텐실이 인기가 있는게 실용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식으로 돌하우스는 실용적인 면으로 매칭 시킬 수 있는걸 만들려고요.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작고 섬세한 것보다는 실용적인 면을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 그런 면을 구상 중이에요.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김정미 : 꿈이 있어요. 누구나 전원주택의 꿈을 갖고 있잖아요. 아주 좋은 데가 아니어도 공기 좋은 곳에, 예쁜 미술관처럼 돌하우스 박물관을 하나 하고 싶어요. 저희 협회 꿈이예요. 회원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작품 같은 것도 전시하고, 최초의 돌하우스 박물관이 되겠지요. 요즘에 돌하우스 인기가 많으니까 좀 더 대중화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꼭 돌하우스 박물관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꿈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 작품을 만드는 공방 안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면 사정상 디시 독자 분들께 아기자기고 섬세한 작품들을 다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리어커에 걸려 있는 투명 비닐 봉투까지, 이런 것 조차 어떻게 신경을 썼을까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만들어 놓은 돌하우스 하나하나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와 섬세함을 찾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터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세상이 미니어처로 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가게들마저 누군가 뚝딱 만들어 세상 속 돌하우스에 옮겨 놓은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김정미 작가의 꿈처럼 돌하우스 박물관에서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주 많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