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에 올라가 손가락으로 원을 만든 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커 보이던 세상도 작아 보인다. 내 손가락으로 그린 원 안에는 넓은 세상에서 내가 보고 싶고, 갖고 싶은 부분만이 존재한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아름다운 광경을 사진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파리 시내의 전경을 가지고 싶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파리이기에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고, 가지고 싶은 것을 작게 만들어 항상 내 옆에 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본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이다. 내 손으로 만든, 작은 세상이 있다. 바로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미니어처, 돌하우스(Doll House)이다.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낸 예술! 돌하우스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 돌하우스(Doll House)란 무엇일까?
Doll's House, Puppenhouse라고도 불리는 돌하우스는 단어 그대로 인형의 집이다. 하지만 인형이 산다는 의미보다 그만큼 작은 것, 작은 공간을 뜻한다. 집, 인형, 음식 등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축소해 작게 만드는 활동, 작품을 의미한다. 16세기부터 시작된 돌하우스는 1558년 남독일 바바리아 공작 알프레도 5세가 딸을 위해 선물한 작품이 최초이다. 그 후 귀족들이 자신의 생활 모습을 축소해 만들면서 본격적인 돌하우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중세 유럽에서 여러 가지를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예술 활동으로 발전하면서 현대까지 이르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자신만의 개성으로 만들 수 있고, 또 소장가치가 크다는 면에서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만드는 돌하우스는 재료도 무궁무진하며 크기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편이어서 그야말로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나라별, 크기별, 재료별로 나누면 15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 돌하우스를 파헤쳐보자!
돌하우스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은 ‘무엇을’ 만들지이다. 그만큼 돌하우스는 내가 좋아하는 것,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탄생시킬 수 있는 나만의 작업이다. 돌하우스는 크게 소품, 집, 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소품은 음식 같은 기타 물건들이 해당되고 가구는 집 안에 배치할 의자, 소파, 책상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집은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주제로 소품, 가구 등 모든 것을 위한 공간이 해당된다. 이러한 구성요소를 만드는 기본 재료는 바로 목재인데 합판, 바스우드 등 주제에 맞는 목재를 선택하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음식이나 섬세한 소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바로 점토이다. 점토는 돌하우스의 아기자기함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재료이기도 하다. 점토는 목재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데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다른 종류를 이용한다.
(자세한 내용은 돌하우스월드 홈페이지
www.dollhouse.or.kr를 통해 알 수 있다.)
돌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테마를 정하는 일이다. 테마란 쉽게 말해 어떤 것을 만들고 싶은가 이다. 테마는 꿈꾸는 환상의 세계, 일상의 공간, 좋아하는 음식과 물건 등 무한하다. 돌하우스의 매력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작고 예쁘게 만들어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목재와 점토 같은 재료와 간단한 액세서리와 도구만 있다면 나도 나만의 돌하우스를 만들 수 있다.
* 나도 돌하우스 만나볼래요!
작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여성의 심리이다. 이런 여성의 심리를 흔드는 돌하우스의 매력은 ‘내가 꿈꾸는 나만의 것’을 만든다는 점이다. 기존 일상에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하지는 않지만 가지고 싶다는 꿈은 돌하우스를 통해 이뤄진다. 실재와 너무나도 똑같은 돌하우스의 정교함에 놀라고, 앙증맞은 모양과 크기에 놀란 사람들이 최근 돌하우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미니어처작가협회는 물론 한국, 일본 등 각국에서 미니어처 관련 전시회가 개최되면서 돌하우스는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별한 사람을 위한 선물, 혹은 나만의 소장품 등 다양한 기쁨을 주고 있는 돌하우스!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들에게 떠오르는 취미 생활 중 하나이다. 돌하우스를 배우는 곳은 다양하다. 돌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전국각지, 인터넷 등에서 관련 강좌가 개설되고 있다.
* 작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무한지대 큐, 생활의 달인 등 이미 언론을 통해 돌하우스의 매력을 전해준 공방이 있다. 바로 아기자기한 돌하우스 만큼 동화 같은 사람들이 가득한 곳, 바로 돌하우스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돌하우스월드’이다. 하루하루가 신나는 놀이동산에서 사는 것 같다는 돌하우스월드의 김정미 작가를 만나보았다.
*Interview) Focus 人*
1. 돌하우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여자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겠지만 저는 인테리어나 예쁜 집에 무척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산업디자인 textile 전공을 위해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돌하우스 전시를 처음보고 그 자리에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작고 예쁜 세계에 빠져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일본의 돌하우스 최고 전문작가 도시요 혼자와 선생님을 만나서 사사받게 되었어요.
▲김정미 작가
2. 지금까지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드셨어요?
돌하우스하면 서양적인 스타일의 집과 가게 등을 많이 떠올리는데 저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배인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우리에게도 친숙한 한국음식, 한국적인 소재의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3. 돌하우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작으면 작을수록 더 예쁘고, 그리고 작지만 그것에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잖아요. 작은 크기보다 그 안에 있는 큰 가치가 더 매력이지요.
▲김정미 작가의 작품- 2005 봄이 오는 동대문시장의 거리풍경(좌) 왕 이모네 포장마차(우)
4. 작가님에게 돌하우스란 OOOO이다.
나에게 돌하우스란 ‘나를 표현해주는 대변인’이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인테리어 등 하고 싶은 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며 대리만족을 느낀답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가질 수 있으니까요.
▲김정미 작가 작품 -삼겹살 파티(좌), 야채트럭아저씨(우)
5. 새로운 작품을 고안하시거나 작업하실 때 어려운 점 있으세요?
예쁘고 귀엽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제 작품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고 즐거워 할 수 있도록 사실성을 많이 표현하고 싶다는 점이 힘들어요. 또한 제 작품에 나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넣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6. 요즘 매체나 사람들 사이에서도 돌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초소형" "초미니" 에 익숙한 현대인이기 때문에 작지만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고 깔끔하고 세련되면서도 서정적인 세계에 관심이 가는 것이 아닐까요? 또, 그 관심을 지켜보는 매스컴 덕분에 돌하우스가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요.
7. '돌하우스월드' 소개 좀 부탁드려요.
2003년 친언니와 함께 작업실 개념으로 공방을 하나 열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공방에 미니어처 돌하우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둘 모이면서 ‘작지만 큰 나만의 세상’이 만들어졌답니다. 어느덧 저희 돌하우스월드가 미니어처 전문작가를 배출하는 협회(한국미니어처작가협회-KOREA GUILD)를 탄생시키고 그 협회 작가들과 함께 연 1회 이상의 정기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돌하우스월드 공방
8.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미니어처가 좋아서 시작한 저에게 아주 큰 행운이 왔어요. 2007년 I.G.M.A(International Guild of Miniature Artisions) 국제미니어처작가협회에서 한국최초 미니어처 Food분야의 전문작가(Artision)로 선정되었거든요. 앞으로 미니어처분야의 최고 영예인 Fellow 작가에 도전하려 준비 중이며 돌하우스월드 및 한국미니어처작가협회 작가들과 인사동 쌈지길 미니어처박물관을 통해 소장할 수 있는 작품제작을 준비하고 있고, 다양한 국제전시회와 행사 출전을 준비 중입니다.
▲공방에서 교육 중인 김정미 작가
돌하우스의 아기자기한 매력에 빠져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김정미 작가. 그녀는 작고 작은 미니어처 돌하우스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담고, 또 돌하우스를 통해 세상에 이야기한다. 작지만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또 작은 것으로 큰 감동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알려준 돌하우스는 오늘도 그녀의 손에서 동화 같은 세상을 그려나갈 것이다.
내가 갖고 싶은 세상, 내가 그리고 싶은 하루! 그 꿈을 돌하우스에서 이뤄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 위민기자 이지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