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집 앞마당에서 왁자지껄한 동네잔치로 치러지던 전통혼례식.
우연히 들춰본 옛 이야기 책에서는 잔치꾼들의 떠들썩한 입담과 달같이 고운 신부의 발그스름한 얼굴, 늠름한 신랑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게다가 혼례절차며 상차림의 의미는 재미있기도 하고 깊은 뜻이 있어 새삼 마음속에 들어 왔었다.
신랑, 신부를 뜻하는 청,홍색 실은 절개를 뜻하는 소나무와 대나무 가지에 걸어놓아 금실 좋게 살아가기를 빌고, 암, 수 한쌍의 닭을 놓는 건 신랑신부의 새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 조롱박을 반으로 쪼갠 바가지로 술을 따라 마시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짝이 둘이 합쳐서 온전한 하나를 이룬다는 뜻이다.
그뿐이랴, 신랑신부의 앞길을 훤히 밝히는 청사초롱이며 아들, 딸 많이 낳으라는 밤, 대추 까지...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
이젠 그 시절의 그 풍성한 혼례식을 볼 수도, 치를 수도 없겠지만 그 때의 흐뭇한 마음을 짐작하며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혼례식을 생각할 그 나이와 마음은 아니지만 아이들에 치이고 일상에 지칠 때면 작품을 보면서 그 처음의 마음을 두고두고 새겨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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